[불붙은 한은 실기론] 환율·美대선 등 암초 수두룩...11월 추가 인하 난망
최종수정 : 2024-10-29 05:00기사입력 : 2024-10-29 05:00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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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은행 스냅샷
[사진=한국은행 스냅샷]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3분기 경제성장률이 0.1%로 둔화하고 4분기 성장률 전망도 불확실해지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너무 늦게 내렸다는 '실기론'이 확산하고 있다. 다만 강(强)달러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위협하는 상황이라 한은 입장에서 추가 금리 인하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해 강달러 기조가 심화할 경우 11월 금리 인하는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 30분 기준)은 전거래일 종가 대비 3.7원 내린 1385.0원을 기록했다. 소폭 하락했지만 1380~1390원대 고환율이 지속되고 있다. 

앞으로도 첩첩산중이다.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당선 가능성 고조)'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빅 컷 기대감 약화, 엔화·위안화 동반 약세, 중동 리스크에 따른 유가 불안, 국내 3분기 성장률 쇼크,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 등 원화 약세 재료가 그득해 1400원대 진입 우려가 크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우세가 유지되는 한 미국 대선 때까지 달러화의 하방 경직적 흐름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도 "유가 추가 급등과 트럼프 재당선에 따른 관세 현실화는 원화 약세 심리를 크게 자극할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1450원을 돌파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예상 밖 강달러 장기화에 연내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연준이 속도조절론을 펴는 상황에서 한은이 섣불리 금리를 내릴 경우 환율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11월 금리 인하가 어렵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방미 중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이 다시 통화정책의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며 "다음 달 금통위에서는 수출 둔화가 내년도 경제성장률에 미칠 영향, 현재 진행 중인 거시 건전성 정책이 금융 안정에 미치는 효과, 미국 대선 후 달러 강세의 지속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데이터를 보고 (인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도 이날 '시장상황 점검 회의'에서 글로벌 위험 회피 심리의 강화 가능성을 우려하며 "미국 대선, 주요국의 통화정책 결정 등과 연계해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각별한 경계심을 가지고 위험 전개 상황과 국내외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대선은 다음 달 5일(현지시간), 연준의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다음 달 7~8일로 예정돼 있다. 11월 한은 금통위는 다음 달 27~28일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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