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MBC, 방만경영으로 거액 투자손실…방문진은 관리 소홀"
최종수정 : 2024-09-11 15:09기사입력 : 2024-09-11 15:09송윤서 기자
구독하기
감사원 사진연합뉴스
감사원 [사진=연합뉴스]
MBC가 이사회 의결 없이 미국 리조트 개발 사업에 105억원을 투자해 전액 손실을 보는 등 방만 경영을 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MBC 최대 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위원회(방문진)은 관리·감독에 소홀했으며, 감사 과정에서도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고 이사회 회의자료를 MBC가 회수해가도록 하거나 폐기하는 등 공공기록물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11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MBC 방만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해태 관련 국민감사 청구'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MBC는 2019년 임원 회의에서 사옥 매각대금 4849억원을 적극적으로 운용하기로 결정하고, 본부장 전결로 진행된 미국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개발 펀드 105억원 투자 등 총 1905억원을 초고위험 금융 상품인 국내외 부동산 대체 투자 상품에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MBC는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거나 신종 금융 상품에 대한 위험 관리 규정 없이 투자를 진행했고, 리조트 펀드 투자의 경우 전액 손실이 발생했으며 그 외 국내외 부동산 대체 투자도 원금 회수가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

또한 미국프로야구(MLB) 월드투어 방송권에 33억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대회 개최가 확정되기도 전에 업체에 투자금 전액을 선지급했으나 이 직후 MLB 월드투어가 무산되자 14억7000만원만 상환 받은 사실도 파악됐다.

MBC는 지난해 1월 방문진에 베이징 동계올림픽 방송 계획 등 다른 스포츠 방송의 운영 계획을 보고하면서도 미상환 금액인 18억3000만원이 발생한 사실은 보고하지 않았으며,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UMF)에 총 11억원을 투자했으나 투자금 상환 예정일인 2022년 11월까지 9억3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번 감사 보고서에는 MBC 관계사들의 방만 경영 실태도 포함됐다. MBC플러스는 여수 실내 스포츠 테마파크 사업을 추진하다가 사업을 중도 중단해 최소 74억원에서 최대 88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MBC아트는 계속된 적자 경영에도 2022년 임직원 임금을 인상하고, 임금피크제를 폐지했으며, 대구MBC는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200억원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출연했다.

감사원은 6개 항목에 걸친 MBC의 방만 경영 실태에 대해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문진에 MBC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등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요구했다.

아울러 방문진이 감사원 감사 자료 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았고, 이사회 회의 자료를 MBC가 회수해가게 하거나 폐기하는 등 공공기록물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촉구했다.

한편 이번 감사는 2022년 11월 "방문진이 MBC의 방만 경영을 보고받고도 관리·감독을 나태하게 하고 있다"는  국민감사가 청구됨에 따라 실시됐다.

감사는 이듬해인 2023년 3월 청구인이 주장한 9개 감사 청구 요지 가운데 6개에 대해 진행됐다. 다만 감사원은 방문진과 MBC가 감사에 필요한 주요 자료제출을 거부해 제한적인 자료에 근거해 감사를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 아주TV,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