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르츠플레이션 불안...사과·배 신품종으로 잡는다
최종수정 : 2024-09-11 12:00기사입력 : 2024-09-11 12:00권성진 기자
구독하기
사과
사과·배 신품종 [사진=농촌진흥청]
과일 가격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는 후르츠플레이션이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지목된다. 급격한 기후변화가 과일 재배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재발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농촌진흥청은 사과와 배의 신품종 보급으로 후르츠플레이션 우려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농진청은 품종 다양화 전략을 통해 육성한 사과, 배 품종이 기존 품종을 대신해 추석 과일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며 품종 쏠림 현상이 완화될 것이라고 11일 밝혔다. 품질 다변화 전략이 수요를 분산해 후르츠플레이션 우려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나라 과일 시장은 외국에 비해 특정 품종 점유율이 높은 편이다. 지난해 기준 사과는 후지가 62%, 배는 신고가 85%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병해충 발생 위험을 낮추고 출하 시기도 다변화하기 위해 품종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0월 하순에만 출하되는 과일을 8월초부터 10월 하순까지 공급 기간을 늘리면 가격 변동성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서 공급 기간을 늘려야 하는 이유다. 기온 상승으로 사과의 주산지는 대구·경북에서 강원도 양구로, 배의 주산지는 나주에서 강원도 양구로 변하고 있다. 아울러 국지성호우는 과수를 탄저병에 더욱 취약하게 만들어 큰 피해를 야기한다.

사과는 신품종 도입이 가장 활발한 과일로 꼽힌다. 농진청은 2010년 사과 품종 '아리수'를 개발해 보급했다. 탄저병에 강한 내성을 지닌 아리수는 기존 홍로를 대체할 품종으로 거론된다. 아리수는 보급 10년 만에 재배면적이 여의도 면적의 3배 정도인 900헥타르(ha)까지 확대됐다. 

아리수에 이어 '이지플'과 '아리원', '감로'의 보급도 이뤄지고 있다. 아리원과 이지플은 2020년, 감로는 2022년부터 묘목 업체에 접나무(접수)를 공급했고 일부 품종은 판매를 시작했다. 이지플은 열매 달림(착과) 관리가 쉽고, 아리원은 단맛과 신맛이 조화로우며 감로는 아삭한 식감에 특유의 향을 지니고 있다. 아리원의 숙기는 8월 하순, 이지플과 감로의 숙기는 각각 9월 상·중순과 하순이다. 

배도 다양한 품종 보급이 추진되고 있다. 배는 여전히 '신고' 점유율이 높지만 조금씩 변화하는 추세다. 현재는 8월 중하순부터 시장에 나오는 국내 육성 배 ‘원황’ 면적이 420헥타르(ha) 내외를 유지하고 있고 우리 배 '신화'는 안성, 천안, 아산 등 수도권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183헥타르(ha)까지 재배면적이 늘었다.

특히 신화는 신고보다 당도가 1.5브릭스 높고 익는 시기가 약 2주 이상 빠르며 병에 잘 견디는 특징이 있다. 기존에 많이 재배해 온 신고가 이른 추석, 생장촉진제 처리 등으로 출하시기 당도가 떨어져 소비자 불만이 있었던 점으로 비춰보면 신화의 신고 대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농진청의 설명이다. 

여기에 껍질 색과 모양이 독특한 ‘설원’도 간식용 품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설원은 무게 560g, 당도 14.0브릭스에 저장성이 30일 가량으로 우수하다. 보급 초에는 모양이 예쁘지 않아 외면 받았지만, 맛과 품질을 인정받으며 온라인을 통해 소량 유통 중이다.

김명수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장은 "과일 품종 다양화는 이상기상 피해와 병해충 발생 위험을 분산하고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히는 데 필수적"이라며 “새로운 품종 개발뿐 아니라 개발한 품종이 안정적으로 재배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 아주TV, 무단전재·재배포 금지